미주 중앙일보 2019년 3월 4일자 종교면
특별기고 원문
원영배 부제 : St. Bede the Venerable (북미주 한인부제 협의회 회장)
바티칸 교황청에서 2월 21일부터 24일 사이에 세계 114개국의 주교회의 의장, 동방전례 교회 지도자를 비롯한 가톨릭 남녀 수도회의 대표, 교황청 미성년 전문가 등 1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교회 내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지도자 회의가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미국을 비롯해 칠레, 호주, 독일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주교와 사제등 성직자들이 과거에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과 이를 지속적으로 은폐해온 의혹이 속속 제기되며, 가톨릭교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심도있게 이해하고 해결책을 구하기 위해 가톨릭교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를 통한 초유의 미성년자 보호를 주제로 한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자리에 모인 전 세계 가톨릭 지도자들은 회의 첫날부터 피해자들의 사례를 듣고, 그동안 세계 여러 곳에서 미성년자 보호에 실패한 가톨릭교회의 과거를 반성하는 한편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신학교에서 신학생을 지도해야 할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성직자가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그리고 최근 교황이 언급한 수녀에 대한 사제의 성폭행등 교회내에서 성인들 간의 성범죄 사례들이 역시 긴급한 관심을 요하는 것이 틀림없지만, 우선적으로 아동 성폭행에 의제의 촛점이 맞추어졌다. 그 이유는 아동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아무런 능력이나 방법을 갖지못한 가장 약한 자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말하거나 들어줄 사람이 오랫동안 교회내에 없었다는 사실을 중대한 비극적 과오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같은 전례없는 가톨릭 교회의 움직임은 미성년자 성추행을 비롯한 각종 성폭력의 뿌리를 찾아서 끊어야 한다는 긴급한 각성을 드러낸다. 교회내에서 성추행 사건들이 실제로 행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교계 지도자들의 미온적인 대처와 은폐의 관행이 문제를 더이상 덮을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온 것이다. 심리학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체적 폭력은 피해자의 자아에 상처를 주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저항력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성폭력은 피해자의 자아를 갈기갈기 찢듯이 분쇄해서 (fragmenting) 자아와 인격형성에 돌이킬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어릴때 겪은 성폭력의 경험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아서 온전한 자아를 길러 사회생활을 하기에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를 초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떤 종류의 폭력보다도 치명적이다.
이번 바티칸 회의의 결말에 대해서 교계와 사회 일각에서는 새롭고 충분한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중요한 점은, 회의를 통해서 성범죄행위를 인정하고 조치를 위한 노력을 이룰 다짐을 한 것 보다도, 마치 무언의 관행처럼 이어졌던 교계제도 안의 조직적인 은폐를 이제 성범죄행위 자체와 동일하게 중대한 범죄행위로 받아들이고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사제의 성범죄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무마하거나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가 계속되어온 사례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앞으로 중요한 동력이 될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교회 외부에서 볼때 폐쇄적으로 비쳐진 가톨릭 교계제도의 권위주의적으로 복종을 강요하는듯한 문화가 적어도 서서히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체계로 바뀔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교회는 1960년대 초에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이미 새로운 시대의 요구와 기본적인 인간성의 존중을 목표로 자체적인 쇄신을 결심하고 약속한바 있다. 그이후 교회안에는 숱한 개혁과 쇄신의 물결이 일어났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점점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조직적인 은폐의 추한 면은 분명히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대한 도전이 되고있다. 오늘의 가톨릭 교회는 외부에서 볼때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종교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했지만, 바티칸 공의회 이후 새롭게 탄생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혁과 쇄신을 거듭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설정은 교회내 지도자들과 신자들 사이에 충분히 공감되고 일깨워지고 있다. 아동 성추행 사건은 교회가 회심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데 두려움없이 나갈것을 가리키는 좌표가 될수 있다. 거기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우러르며 진실앞에 겸허해져야 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믿음의 결속이 요구된다. 신앙의 원칙은 미움이 아닌 사랑이고, 비난이 아닌 화해의 노력이다. 분열이 아닌 일치의 믿음이다. 진정한 회심을 통한 교회쇄신은 이런 원칙위에서만 가능하다. 교회를 구성하는 인간들, 그들이 사제이건 주교이건 평신도이건, 때묻지 않은 도덕적 순결을 요구하고 그 기대가 어긋나서 실망하는 것은 오직 피상적인 관점이다. 교회는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세워진 제도적 기관이 아니라 스스로 복음으로 일어나고 성령안에서 건강하게 키워져야 하는 순례자들의 무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적인 면에서 나약하고 부족하며 심지어 죄짓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을 불러 사도로 삼고 축복했다. 가톨릭 교회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오늘의 교계지도자들 역시 그와 같은 사도들의 후예로서 죄인의 모습을 인정하고 세상에 복음을 통한 죄의 구원과 해방의 메시지를 선포하는데 부끄러움을 떨치고 두려움없이 나아가야할 사명이 있다. 그리스도의 부르심은 죄인들을 소환해서 회심의 길로 초대하는것이고, 오늘 교회 지도자들에게 들려오는 각성의 소리이기도 하다.
특별기고: 바티칸의 아동 성추행 관련 지도자 회의를 보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3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진행된 지도자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로 마련된 이번 서밋에는 전세계 114개국 주교회 의장과 대표들이 참석했다. [AP]](http://www.koreadaily.com/_data/article_img/2019/03/04/190822042.jpg)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3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진행된 지도자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로 마련된 이번 서밋에는 전세계 114개국 주교회 의장과 대표들이 참석했다. [AP] |
아동 성추행은 중대한 범죄 행위
조직적 은폐 중단하고 처벌해야
바티칸 교황청에서 지난달 21~24일 4일 동안 '교회 내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지도자 회의가 세계 114개국의 주교회의 의장을 비롯한 동방 전례 교회 지도자ㆍ가톨릭 남녀 수도회 대표ㆍ교황청 미성년 전문가 등 1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미국을 비롯한 칠레, 호주, 독일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주교와 사제 등 성직자들이 과거에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과 이를 지속적으로 은폐해 온 의혹이 계속 제기되면서 가톨릭교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심각한 상황을 논의할 교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를 소집하게 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자리에 모인 세계 가톨릭 지도자들은 회의 첫날부터 피해자들의 사례를 듣고, 그동안 세계 여러 곳에서 미성년자 보호에 실패한 가톨릭교회의 과거를 반성하는 한편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신학교에서 신학생을 지도해야 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성직자가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그리고 최근 교황이 언급한 수녀에 대한 사제의 성폭행 등 교회내 성인 성범죄 사례보다 우선적으로 아동 성폭행에 대한 의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이유는 아동들은 자신을 방어할 아무런 능력이나 방법을 갖지못한 가장 약한 자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들어줄 사람이 오랫동안 교회 내에 없었다는 점을 중대한 비극적 과오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례없는 가톨릭 교회의 움직임은 미성년자 성추행을 비롯한 각종 성폭력의 뿌리를 찾아서 끊어야 한다는 긴급한 각성을 드러낸다. 교회 내에서 성추행 사건들이 실제로 행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교계 지도자들의 미온적인 대처와 은폐의 관행이 문제를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온 것이다.
이번 바티칸 회의의 결말에 대해서 교계와 사회 일각에서는 새롭고 충분한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중요한 점은 무언의 관행처럼 이어졌던 교계 제도 안의 조직적인 은폐를 이제 성범죄행위 자체와 동일한 중대한 범죄행위로 받아들이고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제의 성범죄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무마하거나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가 계속되어온 사례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앞으로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가톨릭 교회는 1960년대 초에 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이미 새로운 시대의 요구와 기본적인 인간성의 존중을 목표로 자체적인 쇄신을 결심하고 약속한 바 있다. 그 이후 교회 안에는 숱한 개혁과 쇄신의 물결이 일어났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조직적인 은폐의 추한 면은 분명히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오늘의 가톨릭 교회는 외부에서 볼 때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종교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했지만, 바티칸 공의회 이후 새롭게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혁과 쇄신을 거듭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설정은 교회 내 지도자들과 신자들 사이에 충분히 공감되고 일깨워지고 있다. 아동 성추행 사건은 교회가 회심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데 두려움 없이 나갈 것을 가리키는 좋은 좌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교회는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세워진 제도적 기관이 아니라 스스로 복음으로 일어나 성령 안에서 건강하게 키워져야 하는 순례자들의 무리임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그리스도의 부르심은 죄인들을 소환해서 회심의 길로 초대하는 것이다. 오늘 교회 지도자들에게 들려오는 각성의 소리이기도 하다.